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국 영화 "어느날" 리뷰를 가져왔습니다.
어느날에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오랜만에 복습할 겸 다시 봤는데요. 제작 시작 전부터 관심을 갖고 봐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멋진 하루" 라는 영화의 감독인 이윤기 감독 작품이라 더 기대가 되었답니다. 조만간 멋진 하루도 다시 복습하고 리뷰를 작성해 봐야겠습니다.
어느날의 개봉 전 가제는 "마이 엔젤"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 천우희 배우의 역할 때문에 이런 가제가 붙었을 것 같은데요. 영화에서 김남길 배우는 평범한 보험회사 과장으로, 천우희 배우는 "영혼" 역으로 나옵니다. "영혼" 역할이라고 한 이유는 본인이 죽지 않은 식물인간 상태에서 자신의 몸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귀신이라고는 할 수 없겠고, 김남길 배우가 연기한 이강수 과장 눈에만 보이는 신기한 영혼입니다. 이렇게까지만 소개를 들으면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알 수 없는 영화인데요. 보다 보면 나름 납득이 되고, 그렇구나 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첫 장면에서 강수가 거리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또 다른 곳에서는 절에서 누군가의 장례식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강수의 아내 선화의 장례식이었습니다. 강수는 와이프의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고 밖을 돌아다닌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출근했을 때 처남이 찾아와 강수를 한 대 칩니다. 이 처남 역은 바로 티빙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궁탄 역을 맡은 성준 배우가 우정출연해 주었습니다. 성준 배우를 비롯해서 낯익은 조연배우들을 볼 때 반갑고,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연기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성준 배우는 최근 김남길 배우가 운영하는 기획사로 소속을 옮기고, 열혈사제 2에 빌런으로 출연한다고 합니다.
한편 아내 상을 치른 후 회사에 복귀한 강수에게 시각장애인이 강원도 고성에 가서 자동차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사건이 배정됩니다. 그 환자의 이름은 단미소였습니다. 강수는 병원에 가서 미소를 처음 만나는데요. 미소의 영혼과도 만나게 됩니다. 병원에서 간호사, 직원들, 환자들을 만나는 강수의 모습에서 강수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의식이 없는 미소를 방문했을 때도 미소를 존중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고요.
병원 "나이롱 환자"로 출연한 윤제문 배우와의 에피소드도 감동이 있었는데요. 그 환자는 많이 아픈 아들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보험사기를 한 것이었고 낮에는 공사장, 밤에는 배달 일을 하며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보험사기 환자임에도 그런 사정을 이해하고 안타까워해주는 따뜻한 강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내의 죽음으로 괴로운 듯한 강수는 미소가 삶이 어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거라 생각하고 미소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술에 취해 미소의 병실을 찾아가 잠들기도 합니다. 둘은 밖에 나가기도 하고, 강수가 미소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연인의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 의지하며 위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래부터는 결말 스포이니 주의해 주세요.
미소의 교통사고 조사를 하던 강수는 미소가 강원도 고성에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머니를 설득하여 미소를 만나러 오게 합니다. 결국 어머니는 미소를 돌보기로 결심하고 미소의 곁을 지킵니다. 자신의 곁에서 괴로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미소는 어머니에게 미안함으로 마음이 힘듭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빨리 어머니의 곁을 떠나고 싶다고 강수에게 자신이 그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강수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데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강수 이야기는 도대체 언제 나오나 하고 계속 답답했는데 러닝타임 18분 정도가 남았을 때야 비로소 강수 이야기가 나옵니다.
강수의 아내 선화는 많이 아팠고, 강수에게 원망을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병으로 달라지는 아내의 모습에 강수도 힘들어했습니다. 바다를 보고 싶다기에 데려간 곳에서 선화는 몸을 던져 목숨을 끊고 맙니다. 그때 실려간 응급실에 교통사고를 당했던 미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다시 병원에서 만났을 때 강수가 미소를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영화는 얘기합니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강수는 어쩔 줄 몰라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례식에도 가지 않고, 2층 아내의 방문을 열어보지도 않습니다. 상처가 너무 아파서 마주하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미소와 함께 간 바닷가에서, 미소가 죽은 아내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아내는 더 나쁜 모습이 되기 전에 떠나고 싶었다며 나를 잊지 말라고, 우리가 좋았던 때의 기억으로 기억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바닷가에 쪼그려 앉아 결국 혼자 남아 우는 김남길 배우의 모습이 슬프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강수는 아내의 방을 다시 열어보게 되고, 아내와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습니다. 아마 이제 강수는 아내와의 행복했던 추억으로 아내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강수는 미소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병원에 가서 생명연장장치를 끕니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 어느날 VIP 시사회에 초대되어 배우들을 직접 눈 앞에서 만나고, 영화를 감상했었는데요. (실제로 본 배우님들 정말 멋지고 아름다우셨습니다!) 결말을 보고 조금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감성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현실적인 사람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저렇게 하는 건 살인 행위가 아닌가?', '병원 CCTV에 잡히면 강수 인생은 이제 끝난 거 아닌가?', '마지막에 미소가 손가락도 움직이고 강수 손을 잡는데 그럼 살 수 있는 사람을 죽게 한 것 아닌가' 등 쓸데 없는 생각으로 몰입이 깨졌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보고 받아들이고 느끼면 되는 건데 말이죠.
중간 중간, 몇 년에 한 번씩은 이 영화를 다시 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편안하게 결말을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강수는 안 들키게 잘 처리(?)를 한 걸 거야', '보험 일은 이제 관두고 새로운 일을 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는 강수의 이런 아픔까지 다 안아줄 새로운 사람도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감상을 마쳤습니다.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끝났고, 결말을 짓는 건 관객의 몫인 것 같습니다.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분들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영화라서 앞으로도 n년에 한 번씩 n차 관람을 할 것 같습니다. 따뜻한 영화, 그리 무겁지는 않은 영화입니다.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드신다면 한 번 조용히 혼자 관람해 보실 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