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는 작성 시점 기준으로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영화입니다. 작년 최고 흥행작이자 천삼백 만 명의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 보다 빠른 속도라고 하는데요. 장르적 특성이 강하고 호불호가 강할 수 있는 오컬트 장르의 영화가 이렇게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아 개운한 뒷맛
공포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저 또한 파묘를 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들었고, 생각만큼 무섭지는 않다는 후기들에 용기를 얻어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생각만큼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초중반에는 긴장감이 굉장하여 몸에 잔뜩 힘을 주고 봤는데요. 후반으로 갈수록 덜 무서워지고 마지막에는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께름칙한 감정 없이 무서웠던 감정과 긴장감을 깨끗이 털어버리고 영화관을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서운 영화를 보면 며칠 동안 계속 생각나고, 혼자 있을 때 무서운 그런 감정이 남지 않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후반부에 메인 빌런이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이 빌런의 비주얼이 생각보다 무섭지 않습니다. 일본 장군 귀신, 혹은 정령이라 할 수 있는 이 빌런은 파묘가 항일 정신을 담고 있는 영화인 만큼, 모습이 드러났을 때 일부러 덜 무섭고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일수도 있다는 저 나름의 해석을 해 보았습니다. 이 일본 장군 정령은 우리의 주인공에 의해 속 시원하게 무찔러집니다. 그리고 깔끔한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막을 내리는데요. 오컬트물을 좋아하는 관람객의 경우 이 마무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덜 무서운 특징이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보는 관객들까지 영화를 보게 만들어 흥행의 성공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영화의 목적이 "정말 무서운 오컬트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흥행 성공"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한 영화였던 것이죠.
숨겨진 항일 소재들과 카타르시스
저도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안 사실인데요.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들 이름은 모두 항일투쟁을 한 애국지사들의 이름입니다. 최민식 배우가 연기한 김상덕, 김고은 배우의 이화림, 유해진 배우의 고영근, 이도현 배우의 윤봉길 모두 일제에 투항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입니다. 화림의 동료 무당으로 나오는 두 배우들의 극중 이름도 (오광심, 박자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유해진 배우의 장의사 가게 간판 이름은 의열단을 떠올리게 하는 "의열 장의사" 이고, 극중 주인공들이 타고 다니는 차의 번호는 0301, 0815, 1945 등 독립과 관련된 번호라고 하니, 영화를 아직 못 보신 분들이라면 눈여겨 보고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감독이 영화에 항일 소재를 강하게 넣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장군 정령을 주연 배우가 무찌를 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며 그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파묘"는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낸다는 뜻인데요.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통해 우리 과거의 아픈 상처와 두려움을 뽑아버리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관객에게 이러한 카타르시스를 전한 만큼 영화는 감독의 의도를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파묘는 스릴러, 오컬트 영화라는 장르에 우리 민족의 항일 정신과 애국지사들의 이름을 기리는 정신을 담은 멋진 영화입니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의미들을 찾아보고 해석을 찾아보는 것으로 영화 관람 후에도 또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영화인데요. 찾아볼수록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어 그만큼 깊이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됩니다. 파묘를 만든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어 파묘 까지 오컬트 영화 장르에 멋진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데요.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영화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삼일절이 있는 3월, 용감히 우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독립운동가들을 기념하는 동시에 재미도 빠지지 않는 영화 파묘를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